□ 연명의료결정을 선택한 주체에 대한 분석을 실시한 결과, 연명의료결정 암사망자들 중 분석에 적합한 13,485명에서 환자가 직접 연명의료 유보 및 중단에 대한 결정 의사를 밝힌 경우(자기결정*)가 7,078명(52.5%)으로 가족작성**에 의한 6,407명(47.5%)보다 더 많았다.
* 사전연명의료의향서 혹은 연명의료계획서를 작성한 경우
** 가족진술에 의한 환자 의사 추정, 가족전원 합의로 결정된 경우
○ 자기결정 비율이 40대와 50대에서 60~68%로 나타났고, 나머지 연령에서는 최소 34%, 최대 58%의 비율을 차지해 40-50대 중년에서의 자기결정 의사가 가장 뚜렷했다.
○ 자기결정 암사망자들은 호스피스 병동 이용빈도가 가족작성 암사망자들보다 더 높았다. 자기결정에서는 42%, 가족작성에서는 14%가 호스피스 병동을 이용했다. 반면 중환자실(13% vs. 33%)이나 응급실(77% vs. 82%) 이용빈도는 가족작성 암사망자에서 더 높았다.
II. 국립연명의료관리기관 데이터 분석 - “전체 연명의료 결정 사례 중 자기결정 비율 31.8%, 비암환자보다 암환자에서 자기결정 높아” |
□ 연구진은 국립연명의료관리기관의 연명의료시스템 데이터도 분석, 암환자뿐 아니라 비암환자도 포함한 연명의료결정 현황도 확인했다.
○ 2018년 2월부터 2019년 1월까지의 자료를 분석한 결과, 연명의료계획서, 가족진술서, 가족전원합의서 중 한 가지를 작성한 33,794명 중 연명의료계획서작성은 10,791명으로 31.9%였다. 나머지는 가족진술서 혹은 가족전원합의서를 작성한 경우로, 연명의료결정이 가족이 작성한 서류에 의한 경우가 훨씬 더 많았다.
○ 암환자와 비암환자로 구분하여 살펴보면, 연명의료계획서를 작성한 비율이 암환자는 48.4%로 절반정도를 차지했으나 비암환자에서는 14.1%에 불과했다. 비암의 경우 말기 여부의 판단이 어렵고, 급격히 상태가 나빠지는 경우는 임종기로의 진입이 너무 빠르게 진행되어 환자가 직접 의사를 표명하기 어렵기 때문으로 보고서에서는 추정했다.
○ 이러한 연명의료결정의 대부분은 상급종합병원(44.2%)에서 이루어졌으며 종합병원이 21.8%, 병원이 1.8%, 요양병원은 0.3%로 나타났다.
○ 대부분의 환자가 노인인 요양병원에서의 비율이 매우 낮다는 것은 아직까지 연명의료결정 제도가 윤리위원회 설치 또는 의료진과 환자 교육 등의 문제로 병의원이나 요양병원에서 운영되는 데 한계가 있음을 의미한다.
□ 연구책임자 세종충남대학교병원 혈액종양내과 권정혜 교수는 “선행연구들을 살펴보면 일반인과 환자들의 대다수는 연명의료결정에 참여하고자 하는 의지를 보인다고 보고되고 있으나, 이번 연구 결과 현실에서는 암사망자 10명 중 2.6명만이 연명의료결정 과정을 거치는 것으로 드러났다”면서 “윤리위원회 운영의 어려움, 연명의료시스템의 접근 문제, 복잡한 서식과 교육 부족 등이 장애요인으로 꼽히는 만큼 제도적 측면에서 개선이 필요하다”고 밝혔다.
III. 공유의사결정의 장애요소 파악 및 대안 제시 - “연명의료결정 과정에서 공유의사결정이 이루어지고 있다고 생각하는 의사 절반도 안돼, 짧은 진료시간 및 교육 부재 등이 원인” - “공유의사결정위한 한국형 의사결정 단계 SEEDS 모델 제시” |
□ 이번 연구에서는 연명의료결정법 시행 이후 연명의료 유보 및 중단을 결정하고 서식을 완성한 말기암환자와 보호자들을 대상으로 심층면접을 진행하고, 의사들을 대상으로 연명의료 결정시의 공유의사결정*에 대한 현황도 파악했다.
* 의사와 환자가 충분한 근거를 토대로 환자의 특별한 가치에 따라 결정하는 상호작용의 의사소통
○ 심층면접을 통해 확인한 결과, 환자들은 연명의료결정에 대하여 죽음에 대한 공포는 여전하나 주변을 생각했을 때 옳은 선택으로 인식하고 있었고, 보호자들은 이러한 환자들의 생각과 의중을 유추하여 알 수 있다고 생각하고 연명의료에 대한 결정을 내렸다.
○ 또 7개 상급종합병원에 소속된 총 202명의 전공의와 전임의, 교수들에게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, 연명의료결정과정에서 공유의사결정이 이루어지고 있다고 생각한 의사 수는 총 77명(38.1%)으로 절반도 채 되지 못했다.
○ 공유의사결정을 어렵게 하는 장애요소를 묻는 질문에는 제도적 측면에서 진료시간의 압박(112명)을 가장 많이 들었고, 환자측 요인으로는 가족의 비현실적인 기대(78명)와 결정시기의 애매함(67명)이 그 뒤를 이었다.
○ 의사측 요인으로는 필요한 교육 자료나 결정도움 도구가 없음(46명)이 이유로 나타났는데 실제로 공유의사결정 교육을 받은 경험이 있다고 응답한 사람은 47명으로 전체 중 23.4%에 불과했다.
□ 이 보고서에서는 연명의료에 대한 공유의사결정의 확대를 위해서 한국형 의사결정 단계인 SEEDS 모델도 제안했다.
○ SEEDS 모델은 동국대학교 일산병원 신장내과 신성준 교수와 캐나다 브리티시 컬럼비아 대학교 아니타 호 교수가 공동개발한 SEED 모델을 발전시킨 것으로, Seek(준비)-Engage(참여)-Explore(탐색)-Decide(결정)-Support(지지)의 5단계로 이루어진다.
○ 준비단계는 연명의료 및 공유의사결정과 관련된 사항을 공유하여 정하는 과정을 말하고, 참여단계는 연명의료결정을 위한 실질적인 논의를, 탐색단계는 환자에게 적용 가능하면서 가장 적합한 옵션들을 찾아보는 것을 말한다. 결정단계는 앞서 논의된 여러 옵션들 중 택일하는 과정을 말하며 마지막 지지단계는 결정 이후, 혹은 공유의사결정 각 단계에서 환자와 보호자에 대한 돌봄과 지지가 필요함을 뜻한다.
□ 공동 연구책임자 동국대학교 일산병원 신장내과 신성준 교수는 “SEEDS 모델은 심층적이고 단계적인 의사소통으로 연명의료결정 과정에서 환자의 가치를 존중하는 결정을 내릴 수 있도록 한다는 데 큰 의의가 있다”면서 “특히 마지막 지지단계는 환자 및 보호자에 대한 공감과 지지의 중요성을 나타내는 과정으로 많은 의료진들에게 연명의료결정 과정에서의의 큰 방향성을 제시할 수 있을 것”이라고 밝혔다.
□ 보의연 한광협 원장은 “연명의료결정 과정이 우리 사회에서 올바르게 정착하기 위해서는 끊임없는 관찰과 분석, 고민이 필요하다”면서 “이번 연구가 그 정착 과정에서의 초석이 되기를 바라며, 보의연은 앞으로도 연명의료와 같은 사회적 합의와 가치판단이 필요한 분야의 연구를 지속적으로 해 나갈 것”이라고 말했다.
○ 연구 보고서 원문은 NECA 홈페이지(www.neca.re.kr)에서 확인할 수 있다.
붙임. ‘연명의료결정 현황 파악 및 공유의사결정 모델’ 끝.